마재성지 3

선교사 없이 피어난 믿음 - 마재성지 순례기, 조용히 걷는 신앙의 길

남양주 역사·문화 이야기 · B. 문화유산 탐방기 - 13선교사 없이 피어난 믿음 - 마재성지 순례기, 조용히 걷는 신앙의 길 남양주시 조안면, 다산로를 따라 마을 골목으로 접어들면 승용차 열댓 대가 겨우 들어설 좁은 주차장과 마주친다.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화려한 첨탑이 아니라, 기와지붕을 얹은 나지막한 한옥 한 채다. 이곳이 "한국 천주교회의 요람"이라 불리는 마재성지, 정확한 이름으로는 '성가정 마재성지'다. 능내리 두물머리 인근, 정약용 유적지에서 걸어서도 갈 만한 거리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이 왜 전국에서 순례객을 불러 모으는지는 골목 끝에 다 다라서야 알게 된다. 로마에서 사제 한 명 건너오기도 전에, 이 마을의 몇몇 선비들이 책을 구해 읽고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..

형제의 이름으로 순교하다 — 정약종과 마재성지

남양주 역사·문화 이야기 · A. 역사 인물 이야기 - 3형제의 이름으로 순교하다 — 정약종과 마재성지 남양주시 조안면, 팔당호를 곁에 낀 작은 마을 마재에 가면 여느 성당과는 사뭇 다른 성당 하나를 만나게 된다. 콘크리트와 첨탑 대신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 성당, 그리고 마당에 서 있는 예수상과 성모상은 놀랍게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다. 이름도 낯설다, '거룩한 부르심의 땅 성가정 마재성지'. 어째서 이 조용한 강마을에, 그것도 한옥으로 지은 성지가 자리하게 되었을까. 답은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, 정약종(丁若鍾)에게 있다. 앞선 글에서 우리는 여유당에서 태어난 정약용과,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남긴 둘째 형 정약전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다. 그런데 이 형제들 가운데 유독 한 사람만이 신앙을..

형은 바다로, 아우는 강진으로 — 정약전과 자산어보

남양주 역사·문화 이야기 · A. 역사 인물 이야기 - 2 형은 바다로, 아우는 강진으로 — 정약전과 자산어보 정약용이 강진에서 그 오랜 유배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왔을까. 뜻밖에도 그 답은 그가 유배 이후 단 한 번도 다시 만나지 못한 한 사람에게 있다. 바로 손암(巽庵) 정약전, 그의 둘째 형이다. 나주 율정점(밤남정)의 한 주막에서 눈물로 헤어진 두 형제는 그 뒤로 다시는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 편지로만 그리움을 나누었고, 형은 “어둡고 무섭다”고 느껴 이름조차 바꿔 부른 섬, 흑산도에서 조선에 없던 책 한 권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. 그 책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으로 꼽히는 『자산어보(玆山魚譜)』다. 남양주 마재마을에서 태어나 다산 정약용과 함께 자란 ..